■ 당론을 만들어도 반대한다?
박근혜 한나라당 前대표가 7일 세종시 수정안에 강력하게 제동을 걸고 나섰다.
朴 前대표는 이날 『원안(原案)(9부2처2청)이 배제된 안은 반대한다』며 수정안의 당론 확정 여부와 관련, 『엄밀히 말하면 그건 당론을 뒤집는 것으로 그렇게 당론을 만들어도 나는 반대한다』고 세종시 원안(原案) 고수의 뜻을 확실히 했다.
朴 前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朴 前대표의 일관된 입장을 재확인한 것일 뿐』이라며 『여야 간 합의를 통해 2005년에 내린 행정중심복합도시 결정을 지키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이 신뢰라는 단어를 지키느냐, 못 지키느냐의 문제이자 근본의 문제』라고 말했다.
■ 朴 前대표의 非민주적 발상
朴 前대표 측은 세종시 원안(原案) 고수에 대해 『일관성』과 『신뢰』를 주장하지만, 그의 7일 발언은 비(非)민주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당론(黨論)은 한나라당 당헌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변경이 가능한 것이며, 이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이기 때문이다. 친이(親李)계 정태근 의원은 朴 前대표 7일 발언을 『해당(害黨)행위』로 비판했지만, 비단 한나라당에 해(害)가 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에 해(害)가 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朴 前대표의 7일 발언은 친박(親朴)계 중진인 홍사덕 의원이 『부처이전을 전면 백지화한 수정안을 국회로 보내면 바로 부결처리 된다. 그것은 외통수』라며 「5~6개 부처 이전」의 중재안을 제시한 직후에 나왔다. 한마디로 친박계 의원의 반론(反論)제시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셈이다.
朴 前대표가 차기 대권 1위 지지율을 유지하는 상황이니, 다른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해서도 「살아남으려면 나를 따르라」는 압박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에 앞서, 민주주의의 근본인 대화, 토론, 타협 자체를 질식(窒息)시키는 非민주적 발상의 극치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나라당 내에서 반대의견을 내놓은 인물은 대권 경쟁자로 꼽히는 김문수 경기도 지사 정도다. 金지사는 최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세종시에 비해 경기도에 대한 (배려는) 10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나중에 표로 보여주겠다,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라』며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 朴 前대표의 反국가적 발상
□ 세종시, 수도이전(首都移轉)에서 출발한 수도분할(首都分割)의 꼼수
문제는 朴 前대표의 이 같은 非민주적 발상이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에도 치명적(致命的)이라는 데 있다. 非민주적일 뿐 아니라 反국가적인 것이다.
세종시는 노무현 캠프가 2002년 대선 당시 수도이전(首都移轉) 공약을 내 건데서 출발했다. 당시 盧캠프는 「신행정수도」 건설이란 공약을 들고 나왔는데, 내용은 청와대, 국회, 사법부 다 옮기는 완전한 천도(遷都)였다. 신행정수도란 위장명칭을 사용한 대(對)국민사기극이었다. 여기에 충청도민 상당수가 속았고, 결국 노무현 당선의 한 원인이 됐다. 그러나 이후 헌법소원이 제기됐고, 2004년 헌법재판소는 『신행정수도건설은 수도이전이며, 수도이전은 헌법개정 사안이다』라고 판단했다.
盧정권은 거짓말이 탄로 났지만, 깨끗하게 단념하지 않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한다며 수도 기능을 쪼개는 세종시 관련 법안을 강행했다. 13개 부처를 옮기는 수도분할(首都分割)의 꼼수를 부린 것이다.
세종시 문제가 꼬이게 된 계기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에 대한 두 번째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해 버린 것이다. 수도를 옮기는 것이나 쪼개는 것이 것이나 모두 헌법 개정이 필요한 문제인데, 기회주의적 판단을 내리고 말았다. 박근혜 前대표가 이끌었던 한나라당 역시 「충청표」를 무시할 수 없었던 탓에 2005년 3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에 동의해 줘 버렸다.
□ 세종시가 가져 올 비효율성
세종시, 즉 수도분할(首都分割)은 수도이전(首都移轉)보다 더 나쁜 것이다. 미국같이 넓은 연방제 국가도 수도 기능은 워싱턴에 모여 있다. 미국 노동부 차관보를 지낸 전신애氏 지적에 따르면, 미국은 차관보 16명에게 개인당 자동차를 주는 게 아니라 달랑 4대만 준다 한다. 가까운 곳에 모여 있으니 「카풀」로 업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광화문, 과천에 이어 세종시로 수도 기능을 갈라놓으면 국가운영이 제대로 될 수 있을 것인가? 세종시 근무하던 무를이 서울 국회 가는 데 2시간, 내려가는 데 2시간, 길에서 4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장관 뿐 아니라, 국장, 과장, 민원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시간낭비에 시간낭비를 거듭하게 될 것이다.
소위 균형발전(均衡發展) 논리도 선동에 불과하다. 2007년도 1인당 지역(地域) 총생산에 대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세종시가 건설되고 있는 충청남도의 1인당 주민소득은 울산시 다음이다. 울산시는 중화학공업 덕분에 1인당 주민소득이 4450만원이나 된다. 충남도는 2843만원으로 전국(全國) 2위이다. 全國 평균(2028만원)보다 훨씬 높고 서울보다, 경상남북도보다 많다.
충남권의 서해안엔 공장과 항만이 많이 몰려 있다. 중국의 발전으로 서해안 시대가 열린 지 오래이다. 그런데도 盧정권은 균형발전이란 미명(美名)하에서 수도이전과 수도분할을 강행해왔다.
세종시 위치가 수도권에 인접한 곳이니, 근무할 공무원 가족도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유령도시만 만들어지는 셈이다. 기업이 들어와야 지역이 발전하는 법인데, 수도권에 살면서 세종시로 오가는 공무원만 잔뜩 몰려온다고 충청경제에 얼마나 득이 될 것인가?
□ 세종시 原案은 정통성 포기
세종시 건설은 정통성(正統性), 안보(安保)와 통일(統一)이라는 차원에서도 악영향을 미친다. 서울은 민족사의 정통성이 뿌리박힌 곳이다. 백제, 조선, 대한민국에 걸쳐 1000년간 수도였다. 북한정권도 1972년까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는 서울이라고 헌법에 규정했다. 서울을 차지한 대한민국이 자동적으로 민족사의 정통국가가 되고 평양을 차지한 북한정권은 反국가단체, 또는 지방정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盧정권이 수도를 옮기려 했던 것은 충청표 계산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좌파적 역사관에 입각한 대한민국 정통성 약화가 목표였다. 실제 대한민국 건국(建國)을 분열정권 수립으로 비하해온 노무현은 2004년 기자회견에서 『국가연합』 『지방정부』 『통일수도는 판문점이나 개성』이란 反헌법적 표현을 써가며 통일과정에서 대한민국의 헌법적 위치와 정통성 및 서울의 수도 기능을 포기할 뜻을 드러낸 바 있었다. 결국 盧정권의 수도이전과 수도분할, 세종시 건설은 서울이 갖는 민족사적 정통성 표상으로서의 권위를 파괴, 대한민국을 북한정권 수준으로 격하(格下)시키려는 뜻이 있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임박한 통일에 앞서 수도 기능 반을 남쪽 내륙으로 옮기거나 쪼갠다는 것도 황당한 일이다. 북진(北進)해야 할 나라에서 수도의 남진(南進)을 추진했다는 것은 정상적 발상이 아니다. 고구려와 백제는 수도를 남쪽으로 옮기다가 망하였고, 신라는 한 번도 수도를 옮기지 않아 흥했다. 이미 역사적으로 검증된 실패(失敗)사례이다.
■ 끝나지 않으면 끝내야
세종시는 발상(發想)과 추진방법이 정직하지 못하고 사기적(詐欺的)으로, 음모적(陰謀的)으로 진행된 反국가적 정책이다. 朴 前대표는 이 명백한 反국가적 정책을 非민주적으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朴 前대표는 세종시 문제로 정치생명이 끝날지 모른다. 그녀는 원안(原案)대로 하는 것이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강변하지만, 그 약속은 노무현의 꼼수에 말려 마지못해 해 준 합의이다. 무엇보다 국가이익을 부정하는 잘못된 약속이다. 朴 前대표의 억지와 위선은 국민적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혹 朴 前대표의 정치생명이 유지된다 해도, 먼저 깨친 오피니언 리더들이 나서 그녀를 말리거나, 퇴장(out)시켜야 한다. 국익(國益)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편협한 감정과 정략으로 똘똘 뭉친 朴 前대표에 대한 국민적 인내심은 한계를 넘어섰다.
세종시 문제가 이 정도까지 됐으면, 이제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행정의 비효율과 국가정통성 약화 부분들을 직접 국민에게 설명해야 된다.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의 설득력이 없어지면 정부의 설득력도 생기지 않는다. 장관이 설명해도 국민은 믿지 않는다. 대통령은 선량한 절대다수 국민을 상대로 설명하고, 필요한 경우엔 국민투표로 가부(可否)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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